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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가다/학원/PC방/상가임대/배달 등 잡다한 경험을 했고, 주식 전업투자자로 반백수 생활을 3년여 하다가 늘그막에 와이프를 만나 결혼해서 백수 생활을 이어가다 늦둥이를 낳아서 전업주부가 된 40 중반 아재입니다. 지난번에 전업투자자가 되려는 어느 여성 공무원분 글과 댓글을 본게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고, 경험자로서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몇자 적습니다.

 

주식을 처음 하게 된 동기는 운영하던 PC방이 망해가다 운명의 3년차가 되어서(재투자 타임) 고민하다 포기하고, 손님이 없으니 시간이 남아돌아서 주식을 건드렸다가 폐업후 전업까지 가게 됐는데 그게 의외로 결과가 좋았어요. PC방이 우습게 보이지만 장치산업, 유통업, 요식업, 컨텐츠 산업 등 잡다한 비즈니스인데 이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동네 슈퍼를 하건, 노가다를 뛰건, 회사에서 잡일을 하건 간에 통찰력만 있다면 얻는게 있고 써먹을 데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글은 '기승전-집사라'이므로 불편하신 분은 안보셔도 좋고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집주인이 전세금 안내준다는 고민글에 임차권 등기해라, 내용증명 보내라, 소송해서 인실좆 시켜라, 가만있으면 가마니로 안다 등등 댓글이 주르륵 달리는걸 보면서 커뮤니티의 단점이랄까 한계랄까.. 잘 알지도 못하고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어디서 주워들은 짧은 지식으로 아무렇게나 얘기하는 노이즈가 간절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걸 느낍니다. 진로, 부동산 매수, 부부 사이 등등 모든 부분에서 다 그래요. (내용증명, 임차권등기 등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저는 최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머리도 나쁘고 배운 것도 없어서 어려운 내용도 모르고, 수학이나 통계도 전혀 못해요. 불안 장애를 앓은 뒤로 책도 잘 못읽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주 상식적이고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판단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시장에 참여해서 투자해야 한다 정도 내용이겠네요. 교과서 쓰듯이 목차잡아서 내용을 쭉 나열하는게 아니라, 제가 실제로 겪고 느낀 것만 적을게요.

 

 

1. 재테크 vs 투자

 

재테크라는 말은 없습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라고 들었는데, 아마 우리나라 보험업계에서 영업을 위해 써먹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재무설계 어쩌구 하면 다 보험쟁이죠. 투자라고 하면 뭔가 위험하고 어려운듯 싶은 반면, 재테크는 안전해서 안하면 손해고 손쉬운 어떤 것 같지만 그런거 없어요. Financial Technology 아니냐라는 분도 봤는데, 이건 소위 말하는 핀테크로 토스나 카카오페이같은거 얘기죠.

 

투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위험이란 손실을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손실을 확정짓는다는게 정말 팔이나 다리가 생으로 뜯겨 나가는 느낌이라는걸 모른다면 '투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라는 얘기를 이해하는게 아닙니다. 투자로 인생을 바꾸겠다면 그만큼 크게 투자해야 하고, 그러면 여러분 팔다리가 뜯겨 나갈 수도 있는거에요. 워렌 버핏의 규칙이 1. Never lose money 2. Never forget No.1 이라고 그러는데 이게 정말 정말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먹은게 있어야 그 뒤에 손실을 감내하고 계속 투자해서 큰 수익을 내는거지 처음에 손실을 보면 이게 어렵고, 큰 손실을 처음에 보면 사실상 끝이거든요.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만..

 

커뮤니티 사이트에 보면 외제차를 사도 되는지, 명품백을 사도 되는지 물어보는 찐따들이 있는데 그거 물어볼 정도면 사면 안되죠. 진짜 좋고 사도 되면 그냥 사는거에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 투자를 못하고 있는거죠. 천만원을 투자해서 매년 15% 수익을 내면 5년 뒤에 2배가 되고, 이런 재미가 들어서 자산 불어나는게 손에 잡힐듯 보이고 투자하고 싶은게 넘쳐나서 고르느라 힘들면 저런 고민 절대 안하거든요. 부자는 돈이 없는데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돈이 많습니다.

 

 

2. 전업투자자

 

전업투자자에 대한 환상을 가진 분을 많이 봅니다. 제가 본 전업투자자들은 부동산 부자인데 '뭐 양도세가 없다고?'하면서 시작한 분, 공무원이나 대기업 다니다가 직장을 안다녀도 될만큼 수익이 난 분, 직장 다니기가 너무 싫은데 수익이 어느 정도 났고 수익을 낼 자신이 있어서 그만둔 분, 유지해야할 커리어가 없어서 투자자로 나선 분 등이네요. 무슨 얘기냐면, 베스트셀러 작가처럼 책을 써서 돈을 벌고 생활이 가능한 사람만 작가가 아니란거죠. 전업주부가 돼서 커리어가 끊겼는데 애들이 커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그걸로 투자를 해도 전업투자자인 거에요. 저도 PC방 망했는데 취직할 데가 없어서 주식만 하니 주식 전업투자자 명함 파고 다녔습니다(CSB Investment.. 무슨 뜻이었더라).

 

인간성도 바닥이고 지능이 높아보이지 않는데도, 좋은 시기에 좋은 스터디에 들어가서 같이 어울리면서 몰빵투자로 80억대 자산가가 돼서 유지하는 경우도 봤네요. 저런 괜찮은 스터디는 상당히 배타적이라서 경력과 인간적 매력, 친분 등이 없으면 끼기 힘듭니다. 글 초반에 얘기했던 여성분의 경우 30대 초반 미혼이라면 정말 엄청나게 유리한게 여의도 바닥에 여성분이 정말 드물거든요. 고시/취업 스터디나 초초초남초 공대 같은데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터디 모셔가고, 가만 있어도 비장의 종목 추천에 언제 얼마 샀다고 하면 사후 케어까지 들어올걸요(스윗 40대?).

 

그리고 50억이 있어도 불안할것 같다느니 100억은 있어야 안심하고 파이어 할거 같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 분들을 보는데, 순수 운용 자금으로 10억 정도만 돼도 큰 돈입니다(사실 3억 정도만 되도). 여기에 레버리지 쓰면 3~4배 금방 가고, 안써도 갈 수 있어요. 그리고 10억 정도만 운용해도 매달 쓸만큼 쓰고 살아도 계좌에 돈이 안줄고 늘어날 수 있어요. 같은 사무실에 있던 28살 동생은 경희대 한의대 나온 한의사였는데, 침놓기 싫어서 바이오 주식 영끌 몰빵으로 27살에 50억을 벌었다가 이런저런 사정이 있은 후 폭락장 맞아서 10억으로 줄었는데 레버리지 유지하고 11개월동안 이자내면서 버텨서 35억으로 불어나는 것도 봤어요. 드라마틱한 바닥이죠. 그렇지만 하락장에 생활비로 녹는게 너무 스트레스라서 직장생활 유지하는게 베스트입니다. 전업들중 자산가가 아닌 경우 대부분은 와이프가 직장 다녀요. 저도 그랬구요.

 

 

3. 투자의 기본 - 판단과 행동의 일치

 

앞에 얘기는 재미로 봐주세요. 먼저 책 추천 두권 하고 가겠습니다. 주식쟁이 했다니까 고수인줄 알고 주변에서 물어보는데, 그러면 이 책 두권을 추천하지만 읽어보는 사람을 한번도 못봤어요. 한국 사람들 책 더럽게 안읽습니다. 주식 방송하는 놈이 경력에 한줄 쓰려고 중언부언 하면서 용어 설명조차 틀리게 하는 쓰레기 책들이 난무하는 서점가에서 실전에 써먹을 만한 몇안되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월스트리트의 구루들 책은 내용이 좋긴 한데 실전이랑은 괴리감이 좀 있구요.

 

치과의사인 systrader79님이 쓴 '주식투자 리스타트'와 미녀53님이 쓴 '쩐의 흐름을 타라'입니다. systrader79님은 치과의사로 시스템 트레이딩 주력인데, 이 분 책에서 초반부 자금관리와 리스크 관련 부분만 읽어도 본전 뽑습니다. 미녀53님은 오래전 선물옵션 하던 분으로 팍스넷에 썼던 글을 묶어서 책으로 냈는데, 주식의 거대 문파중 하나인 추세추종쪽 내용이지만 설령 가치투자자라도 도움이 됩니다. 저도 추세추종이 아니라 반대쪽인 역발상 투자자구요. 둘 다 리디북스에 있고 다른 서점에도 있지 싶네요.

 

판단과 행동을 일치시킨다는게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는데, 이건 이론이라기 보다 실행이랄까 습관이랄까 그런 영역 아닌가 합니다. 이를테면 오늘 시험을 치는데 모르는 문제는 전부 3번을 찍겠다고 결심했으면 그대로 실행하고 결과를 받아들인달까요. 2번 찍었어야 해 이러면서 2번을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었을까 고민하는건 멍청한건데 이러기 쉽습니다(박근혜때 집을 살걸 같은). 이게 미녀53님의 책에 나오는데, 처음 주식을 배울때 이분의 스승님이 주가가 3일 오르면 매수하고 3일 내리면 매도하라고 시켰다고 그래요. 바보같지만 이걸 해보면 뭔가 깨닫는게 있다고 무조건 해보라고 하는데, 저도 당연히 돈을 바닥에 버리는 이런 짓은 안해봤고 무슨 얘긴지도 몰랐습니다.

 

투자를 하다보면 개쳐물려서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그곳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듯한.. 누군가 나 대신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고 어디 물어볼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순간이 오는데 결국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죠. 판단도 쉽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 연습이 여기에 분명 도움이 되고 필요합니다. 너무 황당하고, 사람이 아니라 그냥 기계가 하면 되는거 아닌가? 사람이 기계처럼 되라는건가? 싶지만 그런건 또 아니구요.

 

제가 미녀53님이 말한 바보짓(?)을 의외의 곳에서 연습하게 되는데 그게 마카오의 카지노였어요. 바카라라는 게임이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홀짝입니다. 이걸 그림으로 그려서 띄워주는데, 홀짝홀짝 형태가 되거나 홀홀홀홀 혹은 짝짝짝짝처럼 줄이 나오죠. 이걸 진지하게 연구하는 찐따들이 있는데 주식에서는 차트쟁이라고 하고, 로또 번호 연구하는 사람과 같은 부류죠(근데 주식 차트쟁이는 수익내는 굇수들도 있어서 나머지랑은 좀 다르네요). 제가 거기서 한게 손절선 300만원 잡아놓고, 처음 시작할때 이 판은 홀짝이 나올 것이다라고 찍었다치면 홀 나오면 짝에 베팅, 짝이 나오면 홀에 베팅 이걸 하는거죠. 줄이 나올거다라고 판단했다 치면 홀이 나오면 홀, 짝이 나오면 짝에 베팅하구요. 재미도 더럽게 없는데 굉장히 하기 힘듭니다.

 

바보같고 황당하지만 이게 투자에 도움이 됩니다. 어느 정도 아픈 금액으로 해야 얻는게 있는데 저는 카지노에서 하루에 300정도 잃는걸 손절선으로 잡았어요. 물론 굳이 카지노에 가서 돈 날리면서 할 필요는 없어서 앞에 미녀53님이 시킨 것처럼 3일 오르면 매수하고 3일 내리면 매도하는걸 한달 정도 해보시면 됩니다. 금액은 본인 경제사정에 맞춰서 적당히 하시면 되구요. 아마 크게 잃지도 따지도 않을거에요. 하지만 분명히 얻는게 있고, 이게 가능해지면 판단을 내리는데 좋은 훈련이 됩니다. 꼭 해보시기 추천드리는데, 해보는 분이 거의 없을듯 싶네요.

 

 

4. 가계부 -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

 

사업이나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를 경험으로 알고 계셔서 이해하실텐데 월급쟁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매달 월급이 얼마에 얼마 정도 남고 적금 얼마 정도 넣는데 그게 뭐가 어렵지? 전세 보증금, 주식, 자동차가 내 자산인데 이게 뭐가 어렵지?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하지만 자신이 얼마를 버는지,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 심지어 기업도 많지 않습니다. 정말로 그래요.

 

왜냐하면 여기에는 판단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물고기 잡던 기업과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라 예측하는, 오리지날 약보다 효과가 좋다는 바이오 시밀러 약을 파는 어떤 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R&D비용을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잡아서 놀라운 영업이익율을 자랑해서 논란이 됐었는데요, 그 이유는 상업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죠. 이처럼 기업의 회계처리에서 비용인지 자산인지도 판단이 들어가고 거기에 따라 이익이 바뀌는데 우리 개인의 회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익이라는건 판단이 들어가는 관념이지 실제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PC방을 할때 복식부기 가계부 앱을 두개 구매해서 작성했는데 그때 이걸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주변에 이야기하거나 만날 친구도 가족도 없어서 정말 힘들고 너무 외로웠는데, 주말마다 토킹바에 가서 10~20만원 정도 쓰고 술을 먹는게 낙이었어요. 가게 장부에서 제 급여를 책정해서 따로 개인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이걸 개인 장부에서 처리하면 끝나는 문제죠. 하지만 제가 가게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나가는 비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잖아요. 즉 판단에 따라서는 가게의 운영 비용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거고 따라서 가게의 이익이 줄어들 수도 있죠. 예가 너무 거시기한가요? 부끄럽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원장님은 병원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밤마다 술을 떡이 되도록 마셔서 술값만 한달에 500 넘게 나왔는데, 나중에 병원이 파산하더니 가족관계가 좋아지고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이 경우도 생각해 보면 업무와 관련된 지출이고, 저렇게 일을 하는데 따른 댓가라고 봐야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분수에 안맞는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피부미용을 받는다던가, 명품백을 사거나 외제차를 타고 이런 지출도 플렉스 한거지 뭐 이러면서 넘길게 아니라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가계부를 작성하는게 필수입니다. 가계부를 쓴다고 하면 다들 밥값 얼마 음료수 얼마 이런거 기록하다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때려치는데 이런건 중요한게 아니에요. 고정지출, 잡지출, 식비 등은 큰 틀에서 관리하면 되고 현재와 미래의 지출에 대해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안써도 될 돈이었는지, 쓰면 안될 돈이었는지, 불가피한데 줄이고 싶은 지출인지, 앞으로 이 정도 돈이 나갈 것이다(충당금) 등등. 그렇게 해야 실제로 내가 얼마를 버는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똑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버는 돈은 항상 바뀔 수가 있고,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매번 입력하는게 귀찮다면, 단순하게 내가 한달에 식비와 잡비로 150정도를 쓴다 칠때 통장에 200정도 넣어두고 월말에 빠진 금액을 가계부에 항목 적당히 설정해서 쓰면 됩니다. 하기 나름이라서 얼마든지 간단하게도 복잡하게도 할 수 있습니다.

 

가계부를 쓰는 훈련이 돼야 내가 얼마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되는데 이건 더 어려워요. 집안의 유일한 개천용이라서 챙겨야할 동생들이 3명이고 모두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내 통장에 있는 돈 중에 얼마가 내 돈일까요? 와이프가 외동딸인데 장인어른이 쓰러져서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해졌다면? 등등. 그래서 가계부라는건 단순한 금전출납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고민과 판단이 녹아있는 인생 그 자체입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판단을 내리고 수정해 나가야 오늘 지금 이 시점에 내가 얼마 있는지 알 수 있고, 그러면 '없어도 되는 돈이 500만원 있는데 주식 뭐 살까요?'같은 정신나간 소리를 안하게 돼요. 없어도 되는 돈은 이건희씨도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제가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지출을 통제해라 아껴써라 같은 얘기가 아닙니다. 사람이란게 마음에 구멍이 난걸 못메워서 거기로 돈을 쏟아붓는걸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래요. 자존감이 낮아서 사람을 대하는게 어렵거나 맨날 밥값 내면서 무시당하기도 하고, 명품백 안들면 눈치보이고 등등.. 하지만 그걸 인지하고 판단해서 실행해야 한다는 거에요. 투자는 결국 나라는 사람 그 자체의 경쟁력으로 하는 거라서 나의 약점과 한계를 파악하는게 중요해요. 하지만 재밌는건 왕따에 찐따라고 해서 반드시 투자에 실패하는게 아니라는 거에요. 돈에는 눈이 없어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갑니다. 그리고 겪어본 바 마음의 구멍이 돈으로 모두 메워지진 않지만, 돈으로 메워지는 구멍은 메워집니다. 그 구멍이 얼마짜리인지는 사람마다 다를테고, 그걸 메운다고 행복해지는건 아니지만요.

 

 

5. 시장에 참여하자 - 부동산

 

제 선배중에 덕후 기질이 있어서 파고드는 능력이 발군인데다 통찰력까지 있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불안이 높은 성향이에요. 전세금 떼이기 싫다고 40년된 녹물 나오는 재건축 아파트 전세 살던 분이니 말 다했죠.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까운게, 저 능력으로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제대로 했으면 거부의 반열에 올랐을텐데 '한국 부동산은 거품' '불로소득은 죄악' '한국 주식은 물적분할 등으로 대주주가 해쳐먹는다'같은 관점으로 시장 참여를 못했어요. 사실 틀리기만 한 얘기는 아니죠. 부동산 하락기엔 전세금 분쟁이 생기고, 인터넷에서 건설 원가 들으면 말도 안되는 가격같거든요(스타벅스 원두값 200원?). 비상장회사로 이익을 빼돌리거나(갓뚜기?) 물적분할로 알짜기업 재상장 등 한국 주식시장은 괜히 디스카운트 되는게 아니니까요(엘지엔솔?).

 

주식 커뮤니티에 가보면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안오른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투기꾼들이 아파트값 올린건데 영끌 놈들 엿먹어봐라 ㅋㅋㅋ 하는 사람들이 흔합니다. 어떤 재앙이라고 불린 분 정권이 지지율 유지하는 비법과 관계가 있지 싶은데, 저는 이걸 무협지의 세계관이라고 부릅니다. 절대악인 마교 교주가 있고, 이 놈만 때려잡으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 같은. 사실 현실은 이런 것보다 훨씬 복잡하죠. 권력이나 돈이 있다고 해서 전지전능한게 아니고, 입장이 바뀌면 내가 갑이 돼서 괴롭히는 입장이 되기도 하고 그런거잖아요. 사실 주식 작전세력들도 늘 성공하는게 아니고 그들도 잡아먹히기도 하고, 부동산 투자했다가 쳐물리는 경우도 꽤 흔해요.

 

코인 가격이 거품같으면 코인 안하면 되고, 주식이 도박 같으면 주식 안하면 돼요. 그런데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시장이 있습니다. 주택은 필수재이고, 자가/전세/월세 셋 중 하나의 형태로 의식하든 하지않든 이미 참여중이죠. 그리고 이 선택이 한 개인의 재무 인생에서 가장 크리티컬하게 작용하는 것을 대한민국의 역사, 그리고 최근 몇년간 어느 재앙이라고 불린 분과 자기 집앞에 지하철역 만드는 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지켜보셨을 것입니다. 실제로 경기도에 전세사는 40대 의사 부부보다 마포에 집을 산 40대 외벌이 대기업 직장인이 자산이 더 많은 경우도 있구요.

 

앞에 얘기랑 연결해 보자면 어느 쪽이든 판단을 내린 다음 실행하라는 거에요. '금리가 오를 것이므로 부동산은 무조건 하락이다'같은건 좋은 판단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금리가 올랐는데도 부동산이 오른다면 어떻게 할지는 아예 고려가 없잖아요? 판단과 행동을 일치시키는게 중요한 이유가 그래야 판단할때 최선을 다하게 되고, 최선을 다 해야 관점이란게 생기고, 그래야 새롭게 업데이트가 돼서 시장을 따라갈 수 있어요. 그 때 집을 샀어야 해 하고 후회하면 뭐하나요. 무엇보다 저런 태도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죠. 현 상황에서 주택 문제는 그렇게 한가하게 고민할 때가 아니고, 강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도요.

 

그러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다는건 뭘까요. 아니 시장에 참여한다는건 뭘까요.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가격을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저는 주변에서 바이오 주식으로 떼돈을 버는 것을 수도 없이 봤음에도 단 한주도 사본 적이 없어요. 이익이 나지도 않고 날 것 같지도 않은데 롤모델인 미국의 회사보다 훨씬 밸류가 높은걸 못받아들였거든요. 저 시장에 참여를 못해서 아쉽긴 한데, 사실 바이오 주식이든 평양감사든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못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러면 부동산 시장에 참여를 안하는게 아니라 매매 시장에서 빠져서 전세나 월세 시장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최대의 미스터리는 한국 부동산 거품이다 가치없다면서 코인 투자하는 분들인데 흠..

 

부동산 거품이다 정상 가격이 되면 그때 살 수 있다,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다니는 내가 집을 못사는게 말이 되냐, 앞 세대가 부동산으로 뒷 세대 골수 빨아먹는다 같은 얘기는 제가 대학생이던 90년대에도 있던 얘기에요. 음모론은 그럴듯 하고 매혹적이지만 그 댓가는 아주 비싸고, 전세 살거니까 나랑은 상관없어 하면서 생각을 멈추면 큰일납니다. 2016년도에 네이버에 가치투자연구소란 곳에 부동산에 대한 소고라는 글을 썼는데(거긴 삭제해서 없어요), 저 때 집 사라고 주변에 노래를 불렀는데 집을 산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게 쌌고 여력도 있었지만, 저 당시에 저 가격을 못받아들이고 시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거죠. Anchoring effect를 극복못하면 소외되고, 결국 FOMO에 빠져서 소위 상투잡는 사람이 됩니다. 뉴턴이 그랬던 것처럼요.

 

글이 너무 길어지니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재 가격을 받아들이고 거기 기반한 시나리오를 짜서 실행하란 거에요. 매매-전세-월세 시장은 연결돼 있고, 매매 가격을 못받아들이면 현실과 괴리돼 버려서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전세금 마련하는 것만 고민하고, 전세 들어가면 2년간 보고 싶은 기사만 보며 욕하고 시장과 단절. 그럼 뭘 해야 하느냐? 사는 곳 주변, 친구 사는 동네 구경 다니면서 시세 보고 다니세요. 가능하다면 매수자의 입장이 돼서. 실제 매수자 입장으로 다녀보면 아파트 가격이라는게 입지, 층, 향, 라인, 연식 등에 따라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서 깜짝 놀랍니다(그 분께서 망가뜨렸지만 그래도). 그래서 물건 보러 다니다 보면 자연히 가격을 받아들이게 되죠. 앞에 글을 썼을때 앞으로 평당 2천 아래로 분양 안될거라고 하면 비웃음을 샀는데 격세지감 느낍니다.

 

여자들이 왜 부동산 투자를 잘 할까요? 집이 제공하는 가치인 마트와의 거리, 학군, 주변 민도(?) 등의 직접 수요자라서 그렇죠. 그런데 이거 말고도 쇼핑할때 태도의 차이에서도 오는게 더 큰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 옷을 사러 가면 한바퀴 쭉 돌고 대충 한두군데서 사니 15분이면 끝나는데, 제 와이프는 세상의 모든 옷과 비교해서 최고중 최고를 사겠다 마인드라서 한시간 넘게 돌고도 안사고 그냥 올때도 있어요. 아파트는 앞서 말했듯 촘촘하게 가격이 짜여져 있어서 발품 팔아서 비교해 본 사람만 밸류에이션 할 수 있고 좋은 물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다보면(몇년 걸리는듯) '아 여긴 싸게 나왔네' '저 가격에 팔릴거라고 생각하나' '어 저건 사고 싶네'같은 뷰가 생깁니다. 이게 없으면 정작 매수 타이밍이 오고 능력이 돼도 못사요.

 

지금 사는 동네, 살고 싶은 동네, 친구나 친척이 사는 동네에 가서 돌아보면서 대장이 어딘지, 로얄동이 어딘지, 가격차가 얼마나 나는지 뭐 그런거 보고 다녀야 돼요. 그러니까 비교질 너무 하는 한남/김치녀 꺼져 하지 말고 잘 타일러서 결혼하면 내집 마련과 노후 대비의 선봉장이 될 수 있는겁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우상향하는 한편 부동산시장이 안정된 상황이었으면, 결혼하면 경제권을 여자가 가져야지 이런 얘기도 없고 우리 아버지들의 권위가 살아있을텐데 싶은 생각도 드네요. 아빠가 주식으로 말아먹어서 통장 뺏기고 엄마가 집샀어요가 대한민국 재테크의 역사 아니겠어요.

 

아.. 그런데 월세 수준이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 될 거고 서울에는 공급 부족이 심각한데요.. 부디 최대한 빨리 깨닫고 주거수준의 극적인 하락을 감내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건 어떻게 해서든 헤쳐나가시면 좋겠네요. 부동산이 하락하거나 침체되면 무주택자들에게 더 무서운 상황인걸 왜 모를까요. 누군가 주택에 투자하는건 시세차익이 있거나 임대수익이 나거나 둘 중 하나고, 시세차익이 기대안되면 아무도 집을 안사고 기존 집들에서 임대수익이 나야되는 상황입니다. 가격이 내려서 임대수익률을 맞추게 될지는 늘어난 소득과 공급문제 생각해 보시구요. 판단은 각자..

 

 

6. 마치며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을 너무 오랜만에 적는데다가 필력도 빈약해서 글이 연결도 안되고 횡설수설 하는데다가 무엇보다 제가 그렇게 대단한 투자자가 아니라서 이런 글을 적는게 부끄러워 올리는게 망설여지네요. 하는 얘기도 뭔가 정파가 아니라 사파같은 내용이죠.

 

제가 투자나 주식, 부동산 얘기를 하면서 종목을 어떻게 고르나 어디에 뭘 사야하나 같은 내용이 없는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종목을 같은 날 똑같이 사도 어떤 사람은 수익을 내고 어떤 사람은 손실을 보거든요. 저는 투자는 결혼같은게 아닐까 싶은게,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야 하는게 아니라 계속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거라고 느끼거든요. 사실 좋은 종목은 시장에 참여해서 계속 지켜보고, 본업과 생활에서 꾸준히 갈고 닦으면 자연히 눈에 들어오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게 될지는 모릅니다만..

 

그래서 저는 '주식은 파는게 아니라 사는 것이다' '꾸준히 투자하면 당연히 부자가 될 것이다'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경멸합니다. 기도 열심히 하면 천국 간다는건 기회비용도 적고 마음의 평화같은 장점이 있으니 그럴 수 있지만 이건 뭐.. 그리고 금리가 어쩌고 세계 경제가 어쩌고 하는 사람들과 저거 다 거품이야 저놈들 지금은 웃지만 다 지옥갈거야 하는 분들도 안스럽구요. 우리같은 개미들은 살아도 롱(Long)에서 살고 죽어도 롱에서 죽어야 하고, 죽으나 사나 좋은 물건을 찾아서 투자하는 Bottom Up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건 주택 문제인데, 앞에 얘기했듯 40대 이상인데 폭락폭락 ㅋㅋㅋ 하는 분들은 답이 없고, 가정의 안정과 노후를 질투와 망상, 지적 게으름에 빠져서 날려버린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 안타깝습니다. 서울의 공급이 얼마나 부족하고 서울과 인근의 멸실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다주택자의 세금이 얼마나 과중한지, 다주택자가 되는게 얼마나 페널티가 강한지 등 눈이 멀어서 못보는것 같네요. 다주택자가 없고 집값이 안오르면 전세는 누가 놓을까요? 젊은 2030분들은 시장에 참여해서 꾸준히 보다가 '집은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집을 사는거다'라는 명제를 잊지 마세요. 여기서 포인트는 '살 수 있는'과 '가장 좋은'입니다. 가성비는 따져야 하지만 절대 절대 최우선순위가 아니에요. 잘 모르는 물건은 싼거 사는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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