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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페에서 스크린 야구가 어떠냐는 질문이 있길래, 같은 시설업인 피씨방을 해본 입장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달았더니 늘 그렇듯 100원짜리 장사하는 사람 의견이라고 무시해서 써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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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여기에 써도 괜찮은 내용일지 판단이 안섭니다만, 사업 혹은 장사의 측면에서 그리고 프렌차이저의 고객인 프렌차이지의 입장에서는 어떤 사업인지에 대한 분석입니다. 내가 차리고 싶은 프렌차이즈에 투자하자! 그리고 혹시나 창업 생각 있으신 분께도 약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피씨방을 운영한지 3년차고 거의 유사한 업종입니다. 이런 업종은 시설업 중에서도 영화관과 비슷하고 모텔이나 헬스장과는 좀 다르긴 합니다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같은 맥락의 사업이죠. 주변에 스크린 스포츠 사업을 하는 분이 없어서 제 경험에 비추어 판단했고, 검색해서 나오는 기사나 포스팅을 참조했습니다.


1. 시설업

피씨방, 모텔, 헬스장, 스크린 골프장, 커피숖 등은 시설업입니다(넵, 커피숖은 시설업입니다). 친절한 서비스, 친화력으로 단골 만들기, 차별화 등등 모두 의미 없습니다. 시설업은 입지가 70%, 시설과 규모가 20%, 노오오력이 10%입니다. 저 노오오력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자본력이구요. 경쟁력 중 가장 중요한게 사실은 자본력입니다. 본질은 돈싸움이죠.

수입에서 임대료, 공과금, 관리비, 인건비 등만 빼면 되는게 아니라 감가상각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인테리어에 1억(100평), 기계와 시설에 2.5억을 넣었다고 가정하죠. 인테리어는 순수 매몰 비용이고, 2년 뒤에 기자재를 중고로 팔때 2천만원(!) 받는다고 치면 2년간 3.3억원은 번게 아니죠. 월 2000만원 남았다고 할때 -1,375만원 하면 실제로는 한달에 625만원 번겁니다. 권리금/보증금까지 5억 이상 넣어서 월 625만원. 은행예금은 연1.5%라지만 원금이 보장되지만 이건 그렇지 않고, 권리금은 무조건 받는 돈도 아닙니다.

앞에건 폐업할 때 이야기고, 계속 장사를 할 경우 재투자를 해야 됩니다. 원래 장사란건 번돈의 30%는 재투자하는거라는데 시설업은 오죽할까요. 기계 바꾸면 1억 이상, 인테리어(3년 정도 되면 구질구질해짐)까지 하면 견적이 어마어마 하구요. 독점이거나 독보적인 입지가 아니라면 재투자해야 버티기라도 합니다. 결국 적금 부어놨던게 그대로 들어가고, 적금 못부었으면 퇴출돼요. 장사가 잘 돼보이는데 문을 닫고,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적은 가장 큰 이유에요.


2. 지 출

동네 50평 정도 되는 피씨방의 한달 지출이 1,000~1,200만원(!) 정도 됩니다. 리얼의 홈페이지에 나온 60평 기준 월 비용이 534만원이니 100평 기준으로는 1,000만원 이상이겠죠. 하루 33만원 매출까지는 또이또이고, 감가상각이나 원금회수 부분은 제외죠.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몰라서 정확히 집계는 안되지만, 월 1,200만원 이상은 고정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추측합니다.

'스크린 골프장'으로 검색해서 운영하셨던 분들 후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본사가 성장해야 하므로 계속 신버전을 출시하고 기존 기계는 경쟁력이 상실됩니다. 재작년인가 업주들이 모여서 골프존 앞에서 시위도 했었죠. 본사가 인터넷 회선을 막아버리면 영업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을중의 을이구요.

숨만 쉬고 있어도 월 천만원 이상의 고정경비와 500만원 이상의 감가상각(재투자)이 발생합니다. 월 2천 이상 나와야 인건비라도 건져가죠. 그리고 소모품인 장갑, 공, 베트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을 거구요. 그리고 3년 전에 파리바게트를 국세청에서 본사 포스 자료를 털어서 부가세 추징했는데(2~3천만원)..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매출 속여서 장사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암만 적게 잡아도 월30만원 이상은 세금으로 잡아야 됩니다.


3. 수요와 전망

룸 하나에 3~5만원 정도인데 대학생들이 즐길 가격대가 아닙니다. 5명이 들어가서 인당 6천원~만원 정도 내고 한시간 논다면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피씨방은 천원, 당구장은 2천원이면 됩니다. 저 가격대는 사실 학교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견적이며,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학생들 진짜 돈 없습니다. 직장인들 대상이라면 글쎄요.. 술을 팔고(불법!) 담배도 눈감아 주더라도(불법!) 괜찮은 자리만 버티지 않을까 싶네요.

시설업의 핵심은 가동률과 회전율인데, 몇명의 사람이 몇번이나 올까요. 골프랑은 다릅니다. 골프는 월 이용권 끊어서 매일 오는 사람도 있고, 골프 경기 보는 사람은 모두 골프치는 사람입니다. 반면 야구는 매일 하는 사람도 없고, 야구경기를 본다고 모두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죠. 본질적으로 중독성에서 차이가 나네요.

보다 대중적이고 저렴한 피씨방도 24시간 가동해서 겨우 버티는데요, 벌써 24시간 영업을 인건비가 감당안돼서 포기한 곳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감자탕집도 밤에 문닫네요. 웹에서 요금표 사진을 보니 오전에는 할인 요금이 있던데, 이게 첫손님이 몇시에나 올까요. 그리고 스크린 골프도 성수기/비수기가 있습니다. 겨울에는 필드 나가면 추우니까 동남아로 골프치러 가고, 그렇게 하기 힘들면 스크린 골프 치러 가잖아요. 그런데 스크린 야구는 야구 시즌이라고 딱히 성수기일것 같지는 않네요. 좀 지켜봐야 알겠습니다만, 확실한건 성수기는 없어도 비수기는 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 초반에 시작하신 분들은 월 1,500~2,000정도 가져갈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옆에 한군데만 더 생겨도 기본 반토막입니다. 새 가게에 새 기계면 실제로는 매출이 60%이상 빠지고 만약 규모가 더 크다면 80%까지 줄어듭니다. 관리를 암만 잘 해도 새 물건은 못이기구요, 규모에서 밀릴때 치킨게임을 하면 바로 죽고 안해도 말라죽습니다. 옆에 새로 차리는 사람은 나를 죽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다곤 해도 현재 시장 초기이며, 앞으로 계속 생길테니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늘고 실적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골프존처럼 가맹점주들 등골을 빼먹을 수 있다면 성장도 하고 재무제표도 예쁠 겁니다. 그런데 자영업 시장은 회전문입니다. 회전문 앞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고, 회전문으로 들어간 사람중 10%가 안으로 들어가고 30%정도가 문안에서 맴돌고 있어요. 나머지 60%는 다시 문밖으로 튕겨나오구요. 

베이비붐 세대의 정점이 '50년도 부근 출생인데 이분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하고 있고, '70년대 에코 세대가 일찌감치 구조조정 당해서 아직까지 회전문 앞에 줄을 서있습니다만 얼마 안남았습니다. 참고로 권리금은 바닥/시설/영업 권리금으로 나뉘는데, 지금은 바닥 권리금만 남았고 나머지는 받기 힘듭니다. 1년치 영업이익을 영업권리금으로 책정했던건 옛날 얘기네요. 극심한 불황에는 진입도 없고 탈출도 못합니다. 퇴출만 있죠.

이 주식에 투자했다면 중단기적으로 보고 빠져야 할것 같고, 결단코 가치투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소 견

만약 저라면.. 작년 중순쯤에 준비해서 오픈한 후 최대한 뽑아내고 권리금 받고 넘기는 목적이 아니라면 안합니다. 그리고 이건 가치투자가 아니라 일종의 투기죠. 리스크도 어마어마하구요. 지금 운영하는 피씨방도 지금의 저라면 쉽게 시작안했을테고, 피씨방은 그 누구에게도 권하지 않습니다만 빽다방이니 스크린야구니 하는걸 할 바엔 차라리 피씨방을 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폐업할때 잔존가치가 가장 높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피씨방 사장의 자살이 1년에 3~4건 됩니다. 파리바게트 사장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잘 안들리죠? 피씨방을 인수해서 시작한다면 1억 이내로도 가능한 반면(소형), 파리바게트는 3.5~5억 정도 규모이므로 기초 체력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없는 사람이 무리해서 대출끼고 시작하면 정말 위험하고, 장사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게 아니에요. 섬찟한 얘기긴 한데.. 지금 스크린 야구에 뛰어들 분들 중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시작한 분들은 이르면 내년 쯤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시간이 갈수록 창업하는 사람들의 자본력이 약해집니다. 근속연수의 차이에 따른 퇴직금의 규모와 자녀 교육에 투자한 비용의 차이로 보입니다. 제가 올해 40인데, 제 또래까지는 사교육 안받아서 서울대 못갔다고 생각안하고 살았는데 그 이후로는 다르잖아요. 중학교에 가서 영어 알파벳 배운 세대와 태권도 그만두고 영어학원 다녔던 세대의 차이죠. 기존의 베이비붐 세대는 사교육비에 등골이 덜 휘었고, 앞으로 나올 분들은 이미 등골이 휘어 있습니다. 또한 아파트 가격이 올랐던 수혜자와 대출내서 전세금 올려준 사람의 차이도 있을거구요.

같은 맥락에서 편의점 주식을 장기보유하기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저는 이해가 안갑니다. BGF리테일의 고객은 늘어나는 1인 가구가 아니라 가맹점주에요. 인구수당 점포수도 일본보다 많고, 규모도 영세합니다. 그리고 가맹점주에게 더 뽑아먹을 여지가 남아있어 보이나요. PB상품도 좋고 1인가구도 좋고 다 좋습니다만 저는 전혀 기대가 안되네요.

자.. 5~6억 집어넣어서 장사가 아주 잘 돼야 원금회수에만 3년 정도 걸리며.. 경쟁때문에 멀쩡한 기계를 버리고 1억 이상 재투자해서 새걸로 바꾸고, 본사 갑질도 레전드급인데다가.. 주변에 경쟁업체가 생기면 언제든지 매출 반토막 날 수 있는 사업을 여러분이라면 하시겠습니까. 비슷한 사례인 골프존 창업자의 운명은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구요.


끝으로, 제가 생각하는 사양업종 판별법을 말씀드리지요.

첫째로는 물가상승이 가격에 반영이 안됩니다. 인건비, 가스비, 전기세, 세금 등 매년 오르는데, 피씨방, 당구장, 커피숖 등 뿐만 아니라 세무사,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도 가격(혹은 임금)이 10년째 동결이거나 오히려 내렸죠.

둘째로는 영업시간이 늘어납니다. 고정비, 특히 임대료를 뽑아내기 위한 목적인데 대표적인게 24시간 운영을 시작한 맥도날드, 롯데리아, 죠스떡볶이 등이 있고, 동네 병원도 6~7시까지 하죠. 특히 24시간 장사는 사람이 할짓이 못되기도 하고 계산해 보면 유지하기 빡셉니다. 경비 중에 인건비 비중이 25%라고 가정하면, 10시간 동안 시급 7천원 주면 7만원이니 월 210만원. 매출이 840만원 늘어야 본전치기에요. 물론 고정비를 제하면 이보다는 낫겠지만요.

세번째로는 안하던 배달을 시작합니다(주로 요식업). 이 배달이란 것은 직원 구하기도 힘들고, 오토바이 유지보수 및 사고 처리 등등 인간이라면 절대 피하고 싶은 일이죠(한국에는 겨울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얘들 본사가 직영을 가맹으로 돌리기 시작했던게 괜히 그런게 아니죠.

지금 자영업 중에 위 3가지에서 자유로운게 있나요? 그래서 창업하면 안되고, 모든 프렌차이즈 사업은 전망이 어두우며,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는 위기를 겪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질적으로 개인적 대응은 불가능합니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상가를 팔아치우고 대출을 줄이며 어떻게든 직장에 붙어서 월급받고 절대 창업은 선택하면 안되는걸로 보이는 시기네요. 주식도 장기투자(3년 이상) 할 생각을 하면 안되지 않을까 싶구요. 물론 세계 경제에 다시 호황이 온다면 이 모든 것은 헛소리가 됩니다. 성장이란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견딜만하게 바꿔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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