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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대 이전 한국의 지정학

지정학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에 관한 많은 의문이 풀리는데, 이를테면 '한국은 왜 중국에 흡수되지 않았나' 혹은 '항상 침략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슬픈 국가의 왕조가 어떻게 신라 992년, 고려 474년, 조선 518년씩이나 지속되었는가' 같은 질문들이죠. 결론은 한반도인이 만주를 포기하고 한반도에서만 살면서 일본이 분열되거나 쇄국하면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땅입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플레이어는 만주, 일본, 중국입니다. 가장 중요한 공간은 만주죠. 만주는 중국대륙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 중요한 곳이고, 한반도는 만주를 찌를 수 있는 칼인 동시에 일본을 찌를 수 있는 칼입니다.

 

한국은 섬나라가 아니라서 이렇게 지도를 보는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 통일 신라~근대까지 한반도의 역사는 지도를 이렇게 봐도 되는 국가로서 '역사'가 아닌 '한국사'라는 요상한 물건이 존재하게 되는 원흉이며, 옆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역사조차 문외한으로 상황판단을 못하고 병신 외교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섬나라가 아닌데 이런 경우는 아마 지구상에서 유일한 곳일 것 같고, 실질적으로 섬나라였을거라고 생각하면 실마리가 풀리겠지요.

 

한반도 북쪽의 만주족들은 반농 반수렵, 농사도 짓고 사냥도 하는 사람들인데 전쟁을 말타고 했던 사람들이고, 이쪽도 몽골급 전투 기계들이라 무시무시한 사람들이죠. 금나라가 송나라를 남송으로 만들고, 후금이 명나라를 청나라로 바꿔놨듯이 만주는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땅인데, 중국의 역사는 말타고 쳐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끝없이 시달렸던 아픔의 역사죠. 패배(敗北)라는 글자를 보면 '배'라고 읽고 달아나다의 뜻으로 쓰인건데, 싸우면 북쪽에게 진것이 중국의 역사에요.

 

고구려를 살펴보면 이 사람들도 만주족과 비슷하게 말타고 싸운 사람들인데 남쪽으로 가면 산이 많아서 전투력이 반감되고 중국의 견제를 받으니 한반도 정복이 어렵습니다(사실 백제는 일본과 한몸처럼 깊은 관련이 있어서 강했던 것 같네요. 전원후방형 무덤이라던가 읍읍). 수도를 옮겨서 한강 유역의 평야에 집중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인게, 중국으로 쳐들어가서 나라를 세우건 중국의 통일 왕조에게 멸망하던 둘 중 하나의 운명을 가진 나라였기 때문이죠. 통일 중국의 최우선 섬멸 목표일 수밖에 없어서, 만주는 위협적인 곳으로 적당히 싸움 붙이고 큰놈이 있으면 가서 밟아줘야 하는 땅이고 부족인 상태로도 위험한데 거기서 국가를 운영한다? 수나라는 국운을 걸고 쳐들어갔다가 자기가 망하고, 신라와 힘을 합친 당나라가 결국 멸망시키죠. 더 위험한 몽골 초원에 국가가 등장한 것은 한참 뒤고 그들은 세계를 정복합니다.

 

한국인이 만주를 포기하고 한반도에서 살면 중국을 위협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북쪽 만주족은 산이 많은 곳으로 들어오면 힘쓰기 힘든데 중국이 알아서 그들을 관리하고 싸워주고, 남쪽 일본은 분열되거나 쇄국정책 실시중이면 있는지도 모르게 산다는거죠. 중국 입장에서는 괜히 차지해봐야 관리하기 힘들기만 하고 먹을 것도 없는데 점령하기도 힘든게 한반도로, 만주와 일본 사이에 있는 중국의 버퍼로 남겨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이 바뀌는건 통일 일본+확장의 조합과 만주족이 금과 후금을 세웠을 때 정도 같네요.

 

고구려가 망한 이후 중국은 한반도의 위협이 아니었지 싶은데(만주=버퍼), 금과 후금의 특이점은 만주가 이들의 근거지라서 만주라는 버퍼가 없어진 상태라 한반도의 북방이 가장 위험한 때였고, 중국의 왕조가 한국을 침공하거나 직접 압박한게 이때죠. 그럼 한반도는 왜 중국에 사대하며 중국을 중시했는가. 안보문제도 있겠지만 국가의 성장과 미래가 중국에 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가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세계와 단절되는 땅으로, 조선의 운명은 명나라가 쇄국과 해금정책을 펼 때 정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이 바닷길과 교역을 막으면 중국을 통해서만 찔끔 얻어먹고, 같이 쇄국하다가는 발전을 못하고 망할 운명이 조선이었던거죠. 그리고 조선이 고려와 달랐던 것은 만주가 청나라의 영역이었기에 청나라에 복종하면 북방의 위협이 거의 없죠. 외적을 막을 군대가 필요 없으니 중앙군 밖에 없고(치안과 반란진압), 내부 모순이 아무리 폭발하더라도 나라를 갈아엎어줄 이성계와 같은 군벌이 없으니 망할 힘도 없어져 타인의 손으로 겨우 사라진게 조선이죠. 조선은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사악한 노예 국가였는데, 차마 이야기 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해서 사람을 사냥해다가 인신공양하거나 잡아먹던 나라가 차라리 나을 정도인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조선이 만주와 붙어있어서 중요한건 통일 일본이 확장을 결심하고 한반도로 오면 중국에게 실체적 위협이 됩니다. 만주를 점령하면 바로 중국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인 것이죠. 임진왜란때 왜 명나라가 국운을 걸고 전쟁에 뛰어들어서 결국 망했는가, 실체적 위협이었기 때문이지 조선과의 의리 뭐 이런거 때문만이 아니란거죠. 또한 중국대륙이 한반도와 만주까지 점령하면 일본 열도가 위험해지는 것으로, 역사상 유일하게 일본 본토가 침공받았던 몽골 시대를 보면 되겠습니다.

 

2. 현대 한국의 지정학

 

일단 봐야하는 지도가 완전히 달라졌죠. 전세계 800개의 미군기지를 운영하며 전세계의 제해권을 쥐고 있는 전무후무한 제국인 미국이 태평양을 넘어 극동아시아 지역 패권국이기 때문입니다. 태평양은 미국의 마에 노스트롬쯤일듯 한데, 현대 한반도라는 체스판의 플레이어는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북한, 남한, 러시아입니다. 대만은 한국과 같이 같은 운명을 겪을 확률이 높은 곳으로, 서로가 서로의 순망치한이랄까 그런 관계죠. 그리고 남한은 일본의 버퍼로서, 전세계에서 한국이 위기에 쳐했을때 군대를 끌고와서 피흘리며 싸울 동기가 있는 유일한 국가죠.

 

왜냐하면 남한이 중국에게 넘어가면 일본은 숨쉬기가 힘들어지는건데, 제해권과 교역 뿐만 아니라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습니다. 경남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어떨지, 그리고 남한이 일본의 동맹인 채로 일본에 육군을 상륙시키는게 가능할지 의문이네요(미군이 왜 핵 두방을 날렸는가). 그래서 '다시는 지지않겠습니다'같은 저능아스러운 선동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남한은 중국에게는 더 위험한 곳이 됐는데, 서해안에 미사일을 쭉 배치하면 중국은 어떤 기분이 들겠냐는거죠. 사드가 생각납니다.

 

바다는 아주 위험한 곳으로 해적과 약탈의 공간이고, 함대의 건조와 운용은 아주 값비싼 것이라 제해권을 쥐고 교역을 주도하는 패권국이 아니면 제해권을 노리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배로 실어날라서 다른 나라로 쳐들어가는 것은 체급차가 크거나(조선-일본) 거리가 가까운 바다(영국-프랑스)라야 가능구요. 즉 한국, 중국, 일본에게 있어 바다는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장벽이었던거죠.

 

그러던게 근대에 들어 유럽놈들이 아프리카를 돌아서 혹은 수에즈운하를 파서 극동아시아까지 바다로 쳐들어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인터넷, 미사일, 폭격기에 항공모함이 바다에 돌아다니는 시대가 됐고, 바다는 장벽이 아니라 방어해야 하는 공간이 된거죠. 지도를 자세히 보면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위협할 수 있는 칼이 됐는데, 사실상 중국과 일본 사이에 떠있는 '가라앉지 않는 초대형 항공모함'인 것이죠.

 

한국이 양쪽의 강대국에게 위협적인 위치가 된 것이 한국의 저주인지 축복인지 잘 모르겠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해야할 필요성이 생긴거죠. 그리고 중국이 쪼개져서 망가지지 않는 이상 일본이 한반도에 지배적 영향을 끼치려면 중국과 전쟁을 각오해야하는 상황인게 중국의 수도를 포함해 가장 중요한 해안가 1선 도시들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만주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는 순간 중국은 생명을 위협받습니다. 이게 일본제국의 만주국이구요.

 

현재 한반도의 정세가 바뀐 것은 북한이 중국의 버퍼가 아니고(친중파 숙청), 바다로 중국과 접하게 되어 남한이 미국과 일본만의 버퍼가 아닌거죠. 사실상 북한-중국-일본 사이의 버퍼인 셈이고, 각자 버퍼를 하나씩 가지고 대치하는 상황보다 훨씬 위험하죠. 그리고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가 반도체나 산업, 석유와 같은 자원에 있는게 아니라 오직 지정학적 위치라는게 아주 무서운 상황인데, 예를 들어 한반도가 초토화돼도 군 기지와 항구, 비행장만 남아있으면 사막이라도 상관없다는거죠. 바다가 장벽이 아니게 된 뒤로 한반도는 과거처럼 조건만 맞으면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땅이 되는 일은 영원히 없다는 거고,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됐습니다.

 

이 지도를 보고 알아야 할 것은, 한국이 제조업을 육성하며 세계와 무역하며 수출주도 성장을 하는 이상 일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이완이 독립된 상태로 미국과 협력한다면 남중국해의 제해권은 미국의 것이죠. 그래서 미국-일본과 동맹인 한국은 위험 없이 자유롭게 세계와 연결되는 것이고, 만약 혹시라도 일본과 사이가 틀어지면 한국은 갇힌 섬이 되는 것이죠.

 

그 상황을 돌파할 유일한 길은 중국이 타이완을 합병해서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획득해 태평양으로 진출하고, 남한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일본을 압박하고 중국 해안가의 안보 위험을 없애며 미국과 태평양을 나눠가지는 상황이죠. 즉 동북아에서 중국이 패권국이 되어 한국은 숨도 못쉬는 중국의 속국으로 순응해야 하고, 일본 역시 미국이 있더라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일본이 미국의 패권에 순응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 싸움 중이라면 반일은 곧 친중이고 친일은 곧 반중인 것이며 중간은 없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대만과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갈 수밖에 없고, 거기에 모두의 고민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초반에 말했듯이 체스판 위의 세계는 패권국의 패권을 인정해 주되 나의 이익이 될 때는 개입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머리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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