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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최저임금에 대한 단상 ('15.2.5)

포대비료 2016. 7. 14. 20:02

한가한 pc방 사장 포대비료입니다. 참 한가하죠. 언제나처럼 말은 짧게 합니다.

1. 최저임금의 목적 : 근로소득자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저숙련' 노동자에게 일정 이상의 급여를 보장하는 제도임. 그게 그거인게 아님. 여기에서 저숙련 노동자는 연령적으로 비선호(10대/노령층)되거나, 취업 시장에서 기술/자격증/학력 등에서 경쟁력이 없는 경우로 가정함.


2. 최저임금은 적정한 수준인가?

  (1) 정답은 없음. 다만 경제학자들의 합의는 '온건한 상승, 중위임금의 50% 수준'이면 부작용이 없다고 함. 2009년 기준 중위임금은 187만원(1인). 현재 최저임금은 이 부근임.

  (2) 노동계의 주장은 평균소득의 50%로 해야한다임. 2009년 기준 평균소득은 226만원(1인).

  (3) 소득의 격차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 기술발전이 중숙련 일자리를 없앴고, 이 사람들이 저숙련 노동으로 가면서 저숙련 노당자 급여 인상 정체, 급여 격차 더 벌어짐의 사이클. 한마디로 중산층이 사라짐. 근데 고숙련 직장도 감소하거나 파이가 줄어드는 추세임. 변호사/의사, 특히 세무사/관세사 이런 직종 추세 보면 됨.

  (4) 최저임금이 실질임금인 경우가 다수라고 보면 어느 정도 상승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현재처럼 물가상승률을 가볍게 씹어먹는 선이 적정한지, 경제에 충격은 얼마나 가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선-악 구도임. 없는 놈들끼리 싸움 붙여먹는 걸로 보이지 않음?


3. 고용에 끼치는 영향

  (1) 미국 뉴저지와 펜실베니아 사례(뉴저지만 최저임금이 오름)로 카드-크루거가 영향이 없다고 주장, 이에 대해 뉴마크-와셔가 반론, 카드-크루거의 재반론, 카드-크루거와 같은 데이터로 분석한 뉴마크-와셔의 재반론을 거쳐 카드-크루거는 관뚜껑에 못박힘.

  (2)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 대상이 전체 근로자의 12%정도임. 자영업자 650만의 한국에서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봄. 현장에서 볼 때도 분명히 영향 있음. 크게 있음.

  (3) 설사 고용의 절대량이 변하지 않더라도 구성이 변화함. 요즘 고딩들 알바는 식당에서 허리한번 못펴고 일하거나, 웨딩홀 이런데서 쌍욕 들어가면서 일하거나, 최저임금 못받고 일안하면 써주는 사람 없지 않음? 즉 최저임금이 일정 이상 오를 경우, 경비원 아저씨들이 30~40대로 바뀌고 노인분들 다 잘려나감. 정리하자면 저숙련 노동자를 중숙련 노동자가 대체. 이는 최저임금의 취지에 역행.

  (4) 일본은 어쩌고 하는 분들은, 제가 좋아하는 나르사스님의 스키야 사태 글 일독 권유.

http://narsass.tistory.com/237

http://narsass.tistory.com/240

혹시나 해서인데, '일본도 이 모양인데 느그는 만족하고 살아라' 이런 이야기가 아님.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 반응한걸 도덕적으로 비난하는건 의미가 없음. 문제는 시스템임.


4. 소득 분배 기능

  (1) 알바란건 부자집 아들/사모님이 용돈 벌겸 해서도 함. 네이버 웹툰 송곳을 보면 홈에버 사태때 노조 활동한 사람들이 대기업 부장 사모님처럼 굳이 안해도 상관없는, 잘려도 영향 안받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지 않음? 즉, 가계내 다른 구성원의 소득때문에 저소득층이 아닌 경우가 꽤 됨.

  (2) 위에 얘기한 것처럼,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대상의 고용이 결국 감소함. 지금처럼 경제성장이 암울한 경우에는 더.

  (3) 최저임금 지급하는 사장들이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아님. 직원들 임금 후려쳐서 외제차 타고 그럼? 통계로 봐도 근로소득자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고, 망하면 대리운전/노가다 판으로 내려가거나 폐인이 되거나 자살할 사람들임. 즉,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소득층의 부를 그 안에서 재분배하는 것에 불과함. 물가 상승으로 그 비용을 분배하는거고.


5. 기 타

  (1) 연봉3,940 받으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피케티 데이터베이스 상으로는 10%임. 분모를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 이렇게 됨. 내 소득이 어느 정도 수준이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합의가 필요하다 봄. 연봉 5천 이상이면 세금 좀 내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지금처럼 소득이 있는 사람만 분모에 넣어서 내 위치를 파악하고, 상위10%이내랑 비교하면서 증세가 됨? 복지가 됨? 과세 체계를 지금처럼 끌고 가면, 결국 우린 죽을 때까지 각자도생 해야함.

  (2) 노동분배율이 세계 24위고, 턱도 없이 낮고, 기업의 탐욕이다? 노동분배율은 노동소득/(노동소득+자본소득). 자영업자가 650만 명인데, 이 사람들은 분모에는 들어가고 분자에는 안들어가고, 자영업자 소득을 고려할 경우 다른 나라와 유사하다고 함. 또한 글로벌 분업/모듈화된 상황에서 삼성전자, 현기차가 노동분배율을 올리기 쉬움? 자동화되고 숙련 근로자가 필요없게 바뀐 상황인데? 그리고 페이가 적음?

  (3) 지방쪽 최저임금 미지급도 무조건 악의 축으로 비난할건 아니라고 봄. 특히 편의점 같은 곳은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임. 일본처럼 지역별/산업별로 차등 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함. 단순하게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임금이고, 못주면 문닫거나 직접 해야되고, 직원이 일안하는건 사장 니 책임 아니냐'는 말만 해서 세상이 살기 좋아짐?

  (4)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분배 뿐만 아니라, 근로자 사이에서의 분배도 논의되어야 함. 고등학교만 나와도 할 수 있는 업무를 하면서 어떤 사람은 5천 받고, 어떤 사람은 2천 받는데..2천 받는 사람을 전부 5천 받게 할 수 있음? 그런데, 2천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정규직이 못된 패배자고, 정규직 되는게 소원 아님?


ps. 혹시나 해서인데, '최저임금 못주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게 아님(5-4번). 시간당 300원 덜 주느니 술/담배를 끊어야 한다는게 내 입장임. 다만 술/담배까지 끊었는데도 힘든거라면,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거 아님?

ps.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시급 8천원쯤 돼서, pc방이 야간에 문닫는 업종이 되면 좋겠음. 살아 생전에 다시는 24시간 업종은 절대! 네버 에버! 결단코! 안함. 그리고 내후년쯤엔 만원 돼서 아주 문닫아버렸으면 함. 이건 돈을 까먹는 판인데 쫄딱 망하는게 아니라서 놓지도 못하고 환장하겠음. 농담 아님.

 

 


 

'15년도에 알바몬 사태때, 피씨방 사장도 아닌 매니저가 사장몬 만들어서 애꿎은 장사꾼들이 십자포화를던 시절, 신나게 키워질할때 썼던 글.

 

주현님의 블로그 글에서 본 내용을 정리한 정도 수준인데, 출처를 안밝혔었지만 용서해 주시겠죠.. 존경하는 주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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