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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현직 사장이 본 pc방 창업 ('15.1.18)

포대비료 2016. 7. 14. 19:59

전국의 모든 매장이 매물이라는 업종입니다. 오천원으로 서너시간 놀고 음료수도 하나 마시고 가고, 다니던 피씨방을 끊었더니 지출이 오히려 늘기도 하는 오묘한 곳이죠. 말 짧게 할테니 유의하시고..



1. 현재 상황 : 간략하게..

  1) 작년에는 대박은 커녕 중박친 게임도 없음. 게임 대상도 모바일 게임이 받음.

  2) 전년도 대비 20~30% 매출 감소. 관리프로그램 회사 통계 기준. 상위1% 매장도 마찬가지.

  3) 대표적인 24시간 업종인데, 지방 상권을 시작으로 심야시간에 문닫는 매장 출현.

  4) 임대료는 그대로, 경비는 지속적 상승(6월도 전기료 할증, 최저임금/음료수 가격 등 상승).

  5) 9시 등교제 실시, 담배가격 상승 등 악재 가득.

  6) 대형 매장 출현 : 200~300대 정도 규모를 지분투자 형식으로 오픈. 가격을 후려침(ex. 300원). 따라가도 망하고 안따라가도 망함. 어쨌든 내가 먼저 망함.

  7) 올해 상반기에 최소 10%, 상황 여하에 따라 30% 정도 폐업 예상. 부동의 폐업률 1위일거.


2. 원 인

  1) 금연법, 모바일 게임 등으로 수요 감소. 할만한 신작 게임 부재.

  2) 게임사 매출에서 피씨방은 10~15% 정도밖에 안됨. 게다가 pc방은 호갱임. 상생같은거 없음.

  3) 아이템 거래가 안됨 -> 게임내 시장 형성x

  4) 3번과 연계, 캐쉬템을 게임사에서 사도록 유도. 캐쉬템 출시시 주가 오름.

  5) 왕년에 폐인을 양성하던 게임의 경우, 노가다로 pc방비/밥값/담배값 정도 충당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게임 자체에도 캐쉬템으로 돈을 써야함. 겜방갈 돈으로 캐쉬템을 삼.

  6)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만 하는 사람들 사라짐. 수입도 없이 월 50~60만원 쓸 사람은 소수. 야간 매상이 인건비 겨우 나오는 매장이 다수임.

  7) 집에서 게임 하는 사람이 급증. 휴대폰 게임에 캐쉬템을 바르거나, vpn을 이용해서 pc방 혜택을 받음. 신작인 검은 사막의 경우에도 pc방 유저는 얼마 안됨. 리니지 이터널은 모바일로도 가능하게 출시 예정. 모바일 게임은 선진국 대비 20% 이상 성장 가능 점쳐짐.


3. 창업시 유의점

  1) 내 속에 일어난 열정과 바람을 잠재우자. 시설업이므로 서비스, 친절 등 필요없음. 나쁘지만 않으면 됨. 간판 달 때 이미 잘될지 안될지 결정나 있는거임. 나만 모름. 자리가 해주는게 90%. 예쁜 알바도 그닥임.

  2) 정화구역(신규 진입 불가), 건물의 규모(ex. 주변 매장이 50대 정도인데 내가 인수할 곳이 100대 가능), 인건비 절감 가능(ex. 유사시 와이프랑 나랑 둘이서 알바 안쓰고 가능), 적정 대수(100대 이하면 1명만 있으면 운영가능, 주변 가게에서 얼마나 뺏아올 수 있는가), 200대 이상 매장 진입 가능여부 등 고려.

  3) 회계 지식 :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 포괄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이 있는데..일반적으로 현금흐름표만 보고 운영하다가 망함. 즉, 감가상각같은 현금지출이 없는 경비를 계산 못하면 망함. 사람이란 통장에 있는 돈이 빚이라도 일단 있으면 쓰고 보는 존재임.

  4) 세금 지식 : 자영업 중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는 유리지갑임. 월 유료게임 소진 시간만 가르쳐주면 그 집의 월 매출 90% 이상 정확히 맞출 수 있음. 그래서 어지간한건 다 세금계산서 끊고, 세무 신고도 직접해서 기장비라도 아낄 수 있어야 함. 참고로 해마다 돌면서 부가세 수정신고 날려댐. 작년엔 경북, 재작년엔 경기.

5) 맥가이버가 돼야 롱런 : 어지간한건 직접 수리 해야함. 컴퓨터 정비는 물론이고 하수구, 타일, 변기, 의자 등등.

6) 자리가 알파요 오메가임. 컴퓨터/인테리어에 돈 바른다고 잘 되는게 아님. 그리고 돈들여서 해놔도, 1년 뒤에 옆집에 새로 들어오면 딸림. 이전 매출이 xx정도였는데, 업글하고 손 좀 보면 다시 올라올거다? 그럼 네가 하지 왜 나한테 넘김? 건강, 이민 등 사정이 생겼는데 정말 좋은 가게면 지인에게 진작 넘어감. 중개수수료 500~1,000 각오하고 파는 이유가?

7) 경비가 어마어마함. 매니저 쓰는 대형 매장 제외하고, 사장이 일 안하는 가게 거의 없음.

8) 그렇다곤 쳐도 잘 되는 좋은 매장은 존재함. 다만 좋은 매장이더라도 올해는 관망하고 뛰어들지 않는게 좋음.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너무 너무 없음. 대격변이 올듯한 예감.

 


개업 1년차에 뽐뿌 창포에 썼던 글인데.. 지금이랑은 상황이 다름. 지금이 훨~~~씬 나쁨. 후후후.. 이때는 메르스가 뭔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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