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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장사해서 얼마나 남느냐 ('15.8.28)

포대비료 2016. 7. 14. 20:03

이런게 별 의미없는 이야기인게.. 본인의 인건비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과연 계산에 넣는지, 일반적으로 위탁하는 부분을 내가 몸으로 떼우는 경우에는 어떤식으로 처리하는지 등등 기준이 다릅니다. 단순하게 매달 들어오는 돈-나가는 돈으로 계산하는데, 편차가 너무 커요. 그래서 기업의 회계라는게 경영의 언어라고 하죠. 누구나 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준. 동네 장사는 이런거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제가 일하는 시간을 최저임금으로 계산해서 비용으로 잡는데 이것만 해도 매달 백만원 이상이고, 알바 하나 덜 쓰면 백만원 더 가져갑니다. 알바 하나 덜 쓰고 제가 일하는 시간을 비용으로 안잡으면 매달 2백만원 더 버네요(먹고 살만하네! 이게 피씨방이 2년 안에 안망하는 이유중 하나). 그래서 저는 알바 없이 운영해서 얼마 번다 이런 매장은 인수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여유만 돼도 알바를 안쓸 수가 없어요. 가게의 노예 생활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어떤 상황에서 버티느냐의 차이일 뿐.

가장 중요한 투자 원금 회수의 부분도 그렇습니다. 얼마의 이익을 내는 가게 자체로 넘겨서 권리금을 받는 경우와, 철거해서 폐업할 때 회수율은 차이가 너무 커서 비교도 안되잖아요(책을 책으로 팔때와 폐지로 팔 때의 차이?). 그리고 재투자가 어떤 형식, 어떤 기간으로건 이뤄질텐데 이건 또 어떻게 계산해서 어떻게 회수하도록 잡을까요. 얼마를 회수한다고 잡아야 할지 장사의 신도 모릅니다.

그래서 술한잔 먹고 큰소리 칠 때 얼마 버느냐와 집에서 담배 물고 생각할 때 얼마 남느냐는 천지 차이죠. 참고로 저는 술한잔 먹고 큰소리 칠땐 7~8백 법니다. 현실은 백년에 한번 그렇게 버는 폐업 고민중인 피씨방 멸망론자.. 폐업 기준이면 피씨방의 경우 생활비 쓰고 저축 얼마라도 하고 나서, 별도로 2년간 1억 정도 모아야 본전치기 됩니다. 2년간 별도로 1억 저축.. 이게 계산이 되고 이해가 되면 여러분도 피씨방 멸망론자입니다. 사고의 외연을 넓히면 자영업 멸망론자가 되시겠죠.

그래서 왠만큼 장사했던 가게 사장들도 실제로 돈 모은 사람은 별로 못봤습니다. 사람은 통장에 있는 돈에 맞춰서 쓰고 삽니다. 실제로 내가 얼마 버는지 계산이 어려워서 포기하고 그냥 감으로 살죠. 그래서 그냥 습관적으로 아껴쓰는 사람들이나 돈이 모이지, 맞춰서 쓰고 사는 사람들은 돈을 못모아요. 월급쟁이들이 돈 모으기 좋다는게 이래서 그렇습니다. 안정적이고 일정한 '순'수입. 

10년 이상 장사하신 분들 중에 제가 많이 본 케이스는.. 집안이든 어디든 돈 끌어올 구석이 있어요. 몇년 하다가 결단의 순간에 돈 끌어와서 새로 차린 후 벌어서 갚고, 결단의 순간 땡겨서 차리고 벌어서 갚고. 경험치가 있어서 망하지는 않으며, 중간 중간 한번씩 터집니다. 그 과정에서 집도 생기고 차도 생기고 혹은 쪽박도 차고. 그래서 솔직히 경험도 자본도 없이 '집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고 부모형제에게 땡기면 1억 얼마 되는데 창업하면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 들으면 미친거 아닌가 싶습니다. 맨바닥에 떨어지면 죽거나 다쳐요. 떨어지는 동안에는 거기가 지옥이고, 좀 있으면 무간지옥입니다.

보수적으로 보자면.. 권리금도 못받고, 쓸만한 호구를 못물어서 철거 폐업할 경우를 가정해 보면..대한민국에서 타당성 있는 자영업은 하나도 없어요. 영업하면서 원금회수는 생각도 못하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그나마도 유지하려고 모은 돈을 재투자해야 됩니다. 이마저도 오래 버티는 중박 가게 이야기죠. 1년도 못버티고 간판 떼는 집들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본 흥망성쇠 중에서도 최고봉인 문닫은지 반년쯤 된 옆건물의 디저트 가게를 보자면,

1.도시락집이 망해나간 자리
2. 맥도날드 옆 (역세권 끝이고, 더 안쪽으로 버스 정류장)
3. 버스정류장 부근의 흘러나가는 자리
4. 역세권이지만 거지 동네인데 단가 7~8천원
5. 좁고 오래 앉아있기 불편 (테이블 4개)
6. 미친건지 겨울에 오픈

3번은 편의점 사장님들은 이해하실듯 싶고(출근할때 지나가는 곳vs퇴근할때 지나가는 곳), 6번은 무슨 수로도 이해가 안갑니다만 지금 봉구비어 알아보는 분 계시겠죠?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근근이 팔다가 6개월만에 털고 나갔습니다. 1억을 모으려면 피똥을 쌀텐데, 까먹기는 얼마나 쉬운지요. 지금은 츄러스집이 들어와 있는데, 천원짜리 팔면서 건물주랑 알바 좋은 일 시켜주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망해도 이렇게 망하면 안돼요.. 게다가 맥도날드에서 츄러스를 팔기 시작..;;;;

오픈하면 목숨걸고 할 자신이 있는 분들이 왜 오픈 전에는 주변 가게에 가서 물건 팔아주면서 의견도 듣고, 비슷한 가격대의 매물 알아봐서 비교해 보고 안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원론적이지만 자영업자의 경쟁력은 나라는 사람 그 자체의 경쟁력이고, 모든 실패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가게 넘기는 사람들이 사기꾼인게 아니라, 호구가 자원방래하니 불역열호아~ 아니겠습니까. 권리금에 비해 장사가 잘 됐다고 그 사람 찾아가서 권리금 더 줄것도 아니잖아요.



ps. 술독에 빠진 후로 장염에 걸려서 골골 대다가 겨우 회복하고, 다시 술독에 빠져서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은 요즘.. 다른 곳에다가 올렸던 글을 긁어와서 올립니다. 다음번엔 인테리어 이야기나 짧게 한번 해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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