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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일듯 한데,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가격을 매기는 걸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감정평가사라는게 있습니다. 이쪽 분야의 도구가 3방식이라고 하는건데, 물건의 가격을 1.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 2.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3. 수익을 기반으로 분석 하는 세가지 방법입니다. 깊이있게 알지는 못하고, 감평사 친구에게 들었던 내용입니다.



1. 삼방식

(1) 원 가 - 피씨방을 차리면서 인테리어 4천, 컴퓨터 1억, 기타 2천 정도 총 1.6억을 넣었다고 가정합니다. 3년 후에 잔존가치를 40% 정도로 잡으면 3년간 9,600만원이 상각되죠. 그럼 2년 된 가게를 판다고 할 때 1억원 아래로는 팔고 싶지 않을 겁니다. 차리는데 얼마가 들었는데, 이거 아래로는 안팔아!

(2) 시 세 - 원가 뿐만 아니라 근처에 내 가게와 비슷한게 1.5억원에 거래됐다면 나도 그 근처의 가격을 받고 싶을 겁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구요. 아파트, 주식처럼 시세가 파악되는 물건들은 그 시세대로 거래되고, 노가다 일당이 외노자들 유입으로 10년째 동결됐던게 이런거죠. 

(3) 수 익 - 1억을 은행에 연2% 이자로 넣어두면 1년 뒤에 200만원을 이자로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1년 뒤에 1억은 지금 9,800만원쯤 되고(1억/1.02), 역으로 생각하면 1년에 200만원이 나오는 물건은 1억원 짜리네요. 채권쟁이들이 밥먹고 맨날 하는게 이 작업인데, 수익을 예측하고 기대수익률을 정하는게 어려울뿐 사실상 가장 핵심적인 가격입니다. 이걸 3%로 잡을 경우, 1년에 8천원의 배당이 나오는 포스코의 주식은 8,000/0.03=266,000원입니다(제가 포스코 주식을 사서 기나긴 고뇌의 시간을 보내는 이유중의 하나입니다..개스코는 3%로 할인하면 안되고 5%로 했어야..). 그리고 보증금 3,000에 월세 60만원짜리 상가는 720/0.05 + 3,000=1억 7천만원 정도 하겠네요.


2. 가 격

생각해 보면 가격을 저 3가지 외에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PBR이라는 지표에서 자산의 가치라는게 고무줄일 수밖에 없고, 기업이 사기치려고 하는게 아니라 원래 그런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위에 3가지 가격의 편차가 크니까요. 가치투자란 것도 결국 수익을 내는 기업이 시세가 출렁여서 내려갔을때 투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1.6억을 투자한 가게가 2년이 지나면 상각 후 1억원 정도인데, 폐업해서 처분한다면 이 가격이 아니죠. 차이는 인테리어에서 나옵니다. 누군가가 이걸 그대로 안쓰면 철거하고 나가야 되므로 가치가 0니까요. 그래서 3년 후에 인테리어는 0, 기계는 3천만원, 기타 1천만원 정도가 중고 처분 시세라고 한다면 1년에 4천만원씩 상각되고, 이게 월330만원 정도이므로 2년된 가게는 8천만원 짜리입니다. 인테리어에 대부분의 비용이 들어가는 커피숖이 결국 시설업이고, 망했을때 보증금밖에 못건지는게 이래서 그렇습니다. 커피숖은 남는게 없죠..

그런데 수익의 측면에서 보자면, 월매출 2,000정도(A+급)라고 하면 여기에 경비 1,200, 감가상각 330, 내가 일한 인건비 150을 제하면 320만원인데 이게 자본에서 나오는 수익이죠. 연 3,840만원, 기대수익률을 20%로 잡으면 1억 9,200만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8,000만원vs1.9억원의 차이가 권리금이라는 형태로 시장에서 거래되죠. 

아무튼 '수익을 내는 물건'으로 파느냐, '그냥 물건'으로 파느냐는 가격의 차이가 큽니다. 쉬운 예로는 도서 대여점이 망해서 정리할 때 재고를 '책'으로 파느냐 '폐지'로 파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식당이 망해서 정리하면 겨우 몇백 남고 그러는 이유구요.

빗대어 판단해 보면 숫자로는 똑같은 자산가치더라도, 롯데쇼핑처럼 부동산 위주인 경우의 자산과 포스코처럼 장치에 투자한 기업의 자산가치는 다릅니다. 포스코가 이익을 못내거나 줄어들면 똑같은 장치인데도 가격이 달라져요. 이 고무줄을 손상차손이라고 하죠? 그래서 저PBR이 저PBR이 아닐 수도 있는거고, 수익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요. 턴오버 투자가 큰 수익을 주는게, 저렇게 손상차손을 털었던 자산을 가진 애가 업황이 극적으로 개선되면 이익이 나서 얼쑤, 자산가치도 올라가서 절쑤~ 포스코도 이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3. 아파트 가격의 이중성

세상에는 주식쟁이 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매쟁이도 있습니다. 레버리지를 70%씩 땡겨서 소형 아파트 50채를 굴려서 임대소득을 얻는데 단돈 몇천만원이 순자산인 사람도 있죠. 이 수익 모델은 1억원의 아파트를 7,000만원 대출을 끼고 낙찰받아서, 3,000/50에 세를 놔서 이자와 경비를 제한 후 15만원씩, 합쳐서 월750만원 벌겠다. 물론 꼬이면 인천의 빌라 가족처럼 됩니다.

아파트의 가격은 두 가지입니다. 아파트는 그야말로 부동산의 특징인 대체불가능한 입지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짓는데 얼마 들었느냐는 크게 중요한게 아니죠. 그래서 순수하게 수급으로 결정되는 시세와 수익으로 계산되는 가격 두가지가 있습니다. 25평 미만의 아파트는 수익으로 계산되고, 큰 평수는 순수하게 수급으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수익으로 계산할 때 안정적이며 비싸고, 여기에 니치가 있어서 작은 평수의 평당 단가가 더 비쌉니다. 10억짜리 아파트에 월세 500만원 내고 살 사람은 없지만, 2억짜리 아파트에 월세 80만원 내고 사는 사람은 있으니까요.

대충 계산해 보자면, 1억원 짜리 아파트가 3,000/50에 세가 나갈 경우, 600/0.05 + 3,000 = 1.5억원이죠. 월세로 돌릴 수 있다면 그냥 5천만원 이득이네요(이것이 가치투자!). 이게 바로 소형 평수 아파트가 귀하고 경락가가 100%에 육박하는 이유입니다. 수익, 즉 월세가 바로 가격이에요. 싸이가 주변 시세대로 건물을 매입한 후, 주변 시세에 맞춰서 월세를 올리고 세입자를 내쫓는 이유가 이겁니다. 심정적으로는 분노합니다만 자본주의란 원래 그런거죠..그런거에요.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현재 한국의 주택시장은 민간공급 위주잖아요?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이 내리는게 상식이지만 월세에 전가돼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실수요 주택이라면 1~2년 후 조정이 한번 왔을때 매입을 고려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겁니다. 소득의 30~40%를 임대료로 내는 세상이 와도 이상한건 아니니까요. 


4. 직장인의 가격
월400만원을 받는 정규직 A씨를 가정해 봅니다. 현재 투자로 5% 먹는게 너무나도 힘든데, 그래도 긍정적으로 5%를 기대수익률로 잡아보면.. 월400만원 = 연4,800만원 = 9억 6천만원. A씨는 9억 6천만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옆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친구는 똑같이 일하는데 250만원을 받습니다. 연3,000만원 = 6억원. A씨보다 3억 6천만원이 싼 자산이네요. 

시장 가격이 비정규직의 임금이라고 보면, A씨는 별다른 이유없이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죠. 그래서 허구한날 기업은 구조조정 하려고 하고, 직장인들은 잘릴까봐 떨면서 삽니다. 내 명함에 직함을 뗐을때가 진짜 내 가치라는 얘기도 있구요. 그래서 소득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직군은 프리미엄이 붙는데, 어느 분께서 대략 계산해 본, 월450만원을 받는 여교사의 가치는 15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darrel76/220263629019 ).

이게 제가 글을 쓴 이유입니다. 솔직히 제가 제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백 들고 주식하면서 내공을 쌓아서 언젠가 목돈으로 굴려서 부자가 되겠다라는 사람이에요. 월 4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그 사람은 10억원의 가치가 있는 '나'라는 자산을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급여가 10만원만 올라도 그 사람의 가치는 2,400만원이 올라가죠. 이 자산의 가치를 올릴 궁리를 하는게 hts 쳐다보면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재테크란건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 위해 하는거고,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거 아닌가요. 부자들이 벤츠 몰고 다니니 나도 부자가 되기 위해 벤츠를 타야겠다..?

창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감가상각 혹은 원금회수가 매우 중요한데요, 이것 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무형자산의 가치하락도 고려해야 됩니다. 내가 월400만원 받는 사람이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서 재취업이 안된다면? 그냥 시급 6,030원 짜리 사람이 됩니다. 알바 해서 월150만원 벌기는 매우 힘들고, 200만원 벌려면 노예처럼 일해야 돼요(참고로, 일당10만원의 일용직도 월200 벌기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연 1,800만원의 가치가 내 노동에서 나온다면, 9.6억원의 자산이 3.6억원으로 감소해서 6억원의 무형자산이 사라진 겁니다. 어디 나가서 삼성전자 과장이라고 할때와 동네 사장이라고 할때의 사회적 시선과 대우가 차이나는건 당연한 겁니다.


5. 경제적 자유

끝으로 경제적 자유라는 뜬구름 잡기에 대한 얘기로 맺겠습니다. 상가든 원룸이든 실제로 5% 나오기 정말 힘들지만 그냥 5% 잡고, 월300만원이 나오려면 연 3,600만원 = 7.2억원의 자산이 필요합니다. 순자산으로요. 그리고 혼자 원룸에 사는게 아니면 집도 있어야 하니 4억원 추가, 거기에 보험 등 금융자산과 기타 동산을 합쳐서 2억 정도 잡으면.. 월 300만원의 불로소득만으로 사는 사람은 실제로 13억원 이상 자산가입니다. 13억원.. 그런데 월300만원 가지고 경제적 자유가 어쩌고 할 정도가 되나요? 그래서 꽤 자산이 있는 사람도 퇴직해서 파리바게트를 차려서 본사 갑질에 시달립니다.

주변에 맨 위층에 살면서 원룸 세놓는 주인아저씨를 보면요.. 방16개 남짓하면 15억 정도 물건에, 대출은 최대한, 월세 600~700정도, 이자와 공실 등 제하면 실제로는 300 정도 버는 셈인데.. 이 분들이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외제차 몰면서 골프치러 다니진 않죠? 생활수준은 소비에 달려있고, 소비는 소득의 함수이며, 그래서 현금흐름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산이 10억 정도 있어도 소득이 없으면 스크루지처럼 살아야 됩니다.

가장 중요한건 현금흐름입니다. 그 핵심은 소득이며, 소득 중에서도 근로소득이죠. 자영업자로서 가장 부러운게 월급 받는 분들인데 저는 이미 버린 몸입니다만, 힘들고 미래가 안보인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는 선택을 하기 전에 한참 더 고민해 보라고 적어봤습니다. 이전에 적었던 스크린 야구가 좋아보인다고 차리지 말고, 골프존유원홀딩스 주식을 사고 직장을 다니는게 최선입니다. 월30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들려면 투자 자산만 7~8억은 돼야 가능하잖아요. 매달 급여가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가치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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