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1) - 변화한 환경과 버퍼스테이트

포대비료 2025. 7. 5. 04:26

1. 사활적 이익과 시대적 소명

먼저 용어를 설명드릴텐데, '사활(死活)적 이익'이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 생존이 걸린 문제 혹은 국가의 미래와 성장이 걸린 핵심적 사안 정도의 의미입니다. '시대적 소명'이란 사활적 이익을 위해 해당 국가의 해당 세대가 반드시 해야할 일 정도 되겠습니다. 이 두가지를 오판하거나 무시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대단히 암울하고 심지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죠. 특히나 사활적 이익이 생명과 안보에 관계된 것이라면 타협이 불가능하거나 대단히 힘든 것이구요. 우리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우리의 사활적 이익은 '일본에게 다시는 지지 않는 것'이고 시대적 소명은 '노노 재팬'이 아닌가 싶어 참담합니다.

 

2. 변화한 외교환경 (MAGA, 체스판 위의 세계)

이제 세계는 체스를 두듯이 전략적으로 고민해서 치열하게 수싸움을 해야 살아남는 곳이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 혹은 의리로 누군가 지켜주거나 도와주는 곳이 아닙니다. 여기에 최적화된 천재 정치인이 트럼프이고, 저는 트럼프에게 전적으로 동조하는게 결국 이게 가장 평화롭고 적은 희생으로 균형을 이뤄내는 길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위구르에서 중국이 지나치게 가혹했던건 문제지만 위구르를 평정하고 동화시키는 정책에는 동의한다 혹은 중국이 패권을 잡으면 우리는 중국에 순응하면서 중국어를 쓰며 살아야한다 같은 소리인데, 대부분의 분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불편한 것이며 그래서 어렵습니다.

 

트럼프는 나오는대로 아무 말이나 해서 상대방을 흔들어대는 미치광이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트럼프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문구는 'tactically unpredictable, strategically predictable'이죠. 즉 큰 틀에서 전략적 목표를 세웠으면 그걸 실행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은 얼마든지 바뀐다는 것이고, 말이 아침 저녁으로 바뀌고 상충된다고 해서 거짓말이나 헛소리가 아니라는 거에요.

 

트럼프의 전략이 무엇인지 즉 그의 동기와 이익이 뭔지 모르면 대응이 안돼요. 트럼프가 갑자기 철강 관세를 때렸는데, 어떤 전략 하에 있는 행동인지 그 전략을 파악해야 대응할 수 있는 것이지 철강 관세를 때린 이유를 찾고 그걸 어떻게 막을지를 고민하면 이미 늦은 것이고 답이 안나오는거죠. 계속해서 의미를 알 수 없고 무슨 맥락인지 모르는 행동만 하는걸로 보이니까요.

 

트럼프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란과 핵협상 할거니 이스라엘 넌 가만 있어' 이러더니 갑자기 이란을 폭격하고, '대만을 중국에 줄 수도 있는데 그냥은 못준다'며 돌아서서 '대만 문제가 중요하니 거기에 집중하겠다'라고 한다던가, '한국에게 핵무장을 시키고 중국문제에 집중할 수도 있다'더니 좀 지나서 한국을 민감 국가에 지정하죠(기타 민감국가로 지정됐던 이스라엘과 대만 모두 핵개발과 관련). 트럼프의 전략을 모르면 따라갈 수가 없고, 주미대사에게 왜 그런지 알아보라고 시켜봐야 헛짓입니다.

 

이 바뀐 질서를 쉽게 말하자면, '패권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개입하지 않으며, 미국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방향으로 개입하겠다'입니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입각한 정글. 이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시대인데, 여기도 '개입한다'와 '개입하지 않는다' 두가지가 상충함에도 일관성이 있다는거죠. 감이 잘 안오실텐데, 예를 들어 한국이 중국에 의해 중국화되고 탄압을 받아 동북4성이 되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가혹한 정책을 펴도 방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뢰와 헌신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으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버림받습니다.

 

주한미군을 갑자기 감축한다고 흘리고, 한국을 민감국가에 지정하고, 한국군에 작전권을 이양할 수 있다고 하며, 주한미군이 중국문제에 집중하겠다며 동북아 지도를 뒤집어 보면서도(꼭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말하는걸 보며, 각 안건에 하나 하나 별개로 대응하면 바보되는 겁니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자신의 뜻과 의도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고, 하나 하나 모두 한국에게 아주 중요하고 무서운 일이에요.

 

3. 버퍼 스테이트(Buffer state)

강대국 간에 국경을 맞대고 있을 경우, 긴장감이 올라가고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며 사소한 충돌이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아주 피곤하고 힘든 일이죠. 그래서 치고박고 지도가 바뀌어가며 형성되다보면 강대국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는 국가가 생기는데 이게 버퍼 스테이트입니다. 유럽이 왜 자기들끼리 미친듯이 싸워대다가 이제 그만하자며 EU를 만들었냐 말이죠(사실 유럽의 최대 문제는 영국-프랑스-독일이 붙어있었던게 아닐까 합니다).

 

한국은 일본의 버퍼이고 일본은 미국의 버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처럼 한국도 영세중립국으로 가자고 하는 넋나간 사람이 있나본데, 지도를 한번 찾아보면 스위스는 한쪽이 알프스 산맥으로 막혀있고, 팽팽한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있으며, 기축 통화국이고, 침략자를 엿먹일 정도의 군사력과 지형을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라서 가능하죠. 접경 국가의 균형이 무너지거나 알프스 산맥이 없어서 이탈리아로 뚫려있었거나 하면 아예 꿈도 못꿀 일이죠. 사실 나찌 독일때 없어질뻔 했구요.

 

티벳이 중국에 점령당한 것은 인터넷과 미사일, 전투기와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히말라야 산맥이 완벽한 장벽이 아니게 되어 중국의 버퍼 포지션이 됐기 때문이죠. 히말라야가 장벽으로 남아있었다면 독립을 유지했을 것인데 이것 역시 한국의 상황과 같습니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한국의 주변 환경 중에 기술 발전으로 바뀐게 뭐가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외몽골과 네이멍구 즉 내몽골이 있는데 이곳이 버퍼 스테이트에요.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충돌할 일이 별로 없는게,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은 유라시아 대륙 서쪽끝 유럽에 있고, 중국은 동쪽끝에 있죠. 그런데 러시아가 외몽골을 잃는다고 모스크바가 위협받는건 아니지만, 중국이 내몽골을 잃는다면 바로 수도 베이징이 위험해지죠. 그래서 내몽골은 청나라때부터 가혹한 동화정책의 대상이었습니다. 내몽골은 반중국 하거나 독립할 자유가 없고, 목숨을 걸고 성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목숨만 버리는 일인거죠.

 

이런 상황에서 만약 러시아의 세력이 커져서 내몽골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내몽골에서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해 무장독립을 외치며, 중국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면서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으려고 하면 바로 군대 출동, 위구르 엔딩이 된다는 것이고, 만약 러시아가 진지하게 내몽골인들의 자유와 정의를 위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중국은 핵버튼에 손가락 올려놓고 대응할 수밖에 없겠죠. 이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곧 한국인데 훨씬,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고 위험하구요. 이제 우크라이나를 보겠습니다.

 

4.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범슬라브주의에 미쳐서 세력 확장 전쟁에 몰두하는 권위주의 독재 국가일텐데, 사실은 끊임없이 안보 불안에 시달려 독재와 병영국가 체제로 갈 수밖에 없어서 성장이 막히고 국민이 힘든 가슴아픈 국가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발트3국, 특히 우크라이나를 구소련 붕괴때 잃어버렸기 때문인데, 우크라이나가 바로 중국의 내몽골과 같은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인 것이죠. 공산혁명으로 국가의 안보를 얻었으나, 그 공산주의 때문에 붕괴해 국가의 안보를 다시 잃게된 역사의 아이러니랄까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가 어떤 의미인지는 러시아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 시작되는 북유럽 평원이 쭉 달려서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까지 가고 별다른 장애물 없이 모스크바까지 연결됩니다. 그래서 이 루트로 스웨덴, 폴란드, 나폴레옹, 몽골, 나찌독일 등이 침략했고,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버리고 불태워가며 피를 철철 흘리고 동쪽으로 도망치면서 겨울을 기다린 것, 그게 러시아 역사입니다(대괴수 몽골에게 겨울따윈 상관없었음). 즉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이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곳이죠. 전쟁광 나토의 동진으로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거기에 나토군이 상주하며 미사일을 설치한다고 생각해 보면 되겠습니다. 그게 우크라이나가 하려던 거구요. 몽골처럼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를 적대할 자유는 없습니다. 가스로 가득찬 방안에서 라이터로 담배불 붙일 자유가 없듯이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면 러시아가 진짜 핵버튼을 누를 수 있는 상황이라는걸 이해하실거에요. 그리고 핵이 있다고 내뜻대로 안되는거라 세력간에 힘이 중요한데, 지금 러시아는 안그래도 약해져있고 힘든 상황이라서 우크라이나가 적당히 러시아에 개기며 서유럽 쪽에 붙어서 놀더라도 적대하지 않고 러시아의 패권을 인정해 줬으면 전쟁이 안났을거라는거죠. 패권국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내 맘대로 할거니까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서구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결코 다루지 않더라구요. 극우 파시스트/네오나찌/인종주의자/전쟁광 국가입니다. 이걸 설명하는 데는 '스테판 반데라(Stepan Bandera)'의 이름 하나면 족하고, 그에게 붙는 수식어가 '민족의 아버지', '사상적 스승', '혁명 투사', '국부'임을 보면 되죠. 스탈린 때문에 100만명이 굶어죽고 극단적 극우가 우크라이나 독립운동을 이끄는데, 이들은 나찌 독일이 오자 독립을 약속받고 나찌에 철저히 협력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스테판 반데라는 폴란드인 10만명, 유대인 150만명을 인종 청소, 제노사이드를 했던 인물입니다.

 

 

지금 폴란드(=서유럽의 버퍼)는 코앞의 일이라 우크라이나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돕고 있는데, 스테판 반데라 기념식을 하고 거리와 다리 이름에 그의 이름을 붙이는게 우크라이나입니다. 이 네오나찌들이 크림반도 상실 이후 아무 이유없이 집시를 학살하거나, 16~60세 남성을 길에서 납치해서 군대로 보내 포탄밥으로 만들고, 캠프를 만들어서 16세 아이들에게 총쏘는 법을 가르치고, 나토에게 받은 무기를 뒷구멍으로 팔아먹고 뭐 그런거죠.

 

'극우들이 어떤 협상도 굴종으로 여겨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부통령의 말에 어느 여단장이 '극좌 겁쟁이의 헛소리다'라고 대놓고 말하고, 대통령 젤렌스키는 스테판 반데라를 영웅이자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수호한 사람이라고 했었어요. 젤렌스키는 유대계지만 유대인이 아닌 우크라이나인이라고 봐야할 것 같네요. 위에 Bandera들은 일부고, 반데라 이름짓기는 지금도 진행중이죠. 이러면서 나토 가입한다고 떠들고, 러시아 발틱함대 앞에서 나토와 합동훈련하며 도발하다 전쟁났습니다.

 

이 전쟁에서 나토는 러시아를 악의 제국을 부각시켜서 재무장에 성공해(평상시면 군비 증강을 국민에게 설득시킬수 있을까요) 나토의 동진의 기틀을 만들고, 내부 결속도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목숨을 걸 필요도 없고 걸지도 않으며, 돈도 미국이 내주는 판이죠. 아주 나쁜 놈들이에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극우 네오나찌들에게 휩쓸려 결코 협상하지 않으며 전쟁을 한다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것이고, 적당한 선에서 전쟁을 멈추더라도 언젠가 다시 폭발할 것입니다. 이런 곳에 무기지원을 하며 우크라이나인의 자유와 독립을 눈물을 흘리며 기원하는 한국은 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트럼프가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한게 헛소리가 아니란 겁니다. 트럼프였다면 처음부터 선을 그었을 거에요. 트럼프 입장에서는 말이 안통하는 우크라이나가 남의 돈으로 끝까지 전쟁을 하겠다며 협상을 거부하고, 전쟁유발자 나토는 남의 돈으로 도와줘야지 하고 있으니, '이런 짓은 국방예산 올려서 니들 돈으로 하라'는게 나토 회의때 협상이고, 트럼프는 무기를 팔 수 있게 되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됐으니 그야말로 MAGA식 대응이죠. 러시아가 뭔 짓을 하건 미국이 나설 일은 없으며(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 어느 시점에선가 적당할 때 트럼프는 휴전 협상을 주도할 것입니다.

 

한가지만 더 보자면,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뭔가 이상한 곳이 한군데 있는데 칼리닌그라드라는 곳입니다. 저기와 리투아니아의 문제에서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러시아의 발틱함대 기지이고 그 위로는 부동항이 없는데, 리투아니아 역시 네오나찌 극우 국가로서 칼리닌그라드의 목을 조이고 있죠.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버퍼지 서유럽의 버퍼가 아니며, EU와 나토 가입국임을 떠올리면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비교해보면 우크라이나는 평화로운 전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서 발트해가 겨울에 얼지 않게 하거나, 리투아니아가 정신을 차리던가 해야겠죠.

 

다음으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역사와 어떤 관련이 있으며, 그게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겠습니다.